발행일: 2026.09.24 21:44 KST
이 글은 발행 시점에 확인 가능한 공개 자료를 기준으로 작성했습니다.
영국에서 줄 서기가 단순한 대기 시간을 넘어 하나의 놀이이자 콘텐츠가 되고 있습니다. 냉동 요거트와 샐러드 랩, 페이스트리처럼 익숙한 음식 앞에 긴 행렬이 생기고, 사람들은 기다리는 장면까지 촬영해 다시 소셜미디어에 올립니다.
다만 제목처럼 ‘런던에서 감자 하나를 먹기 위해 24시간을 기다린다’고 이해하면 정확하지 않습니다. 24시간에 가까운 대기 사례는 런던이 아니라 프레스턴의 감자 판매점에서 나온 사업자 측 주장입니다.
런던의 줄과 프레스턴의 감자 줄은 달랐다
런던 노팅힐에서는 호주계 냉동 요거트 브랜드 Yo-Chi의 영국 첫 매장 앞에 긴 줄이 생겼습니다. 현지 취재 당시 보도에 따르면 매장 앞 행렬은 약 20야드, 약 18m에 달했고 주문까지 약 30분이 걸렸습니다. 냉동 요거트는 100g당 2.70파운드로 판매됐으며, 고객이 직접 토핑을 담고 무게에 따라 계산하는 방식입니다.
런던 메이페어의 CZER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습니다. 시저 샐러드 랩을 판매하는 이 매장은 하루 50개 판매를 예상했지만, 개업 직후 하루 약 400개를 판매했다고 공동 창업자가 밝혔습니다. 줄이 약 3개월 동안 이어지자 QR코드 기반 가상 대기열을 도입했고, 이후 소호 지점도 추가했습니다.
감자로 유명해진 곳은 런던이 아니라 잉글랜드 북서부의 프레스턴입니다. SpudBros는 오래된 트램 객차 형태의 공간에서 재킷 포테이토를 판매합니다. 공동 창업자는 최대 2,000명이 줄을 섰고 일부 고객은 거의 24시간 기다리며 야영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 수치는 모든 손님의 평균 대기시간이 아닙니다. 독립적인 현장 기록으로 확인된 수치도 아니며, 사업자 인터뷰에서 나온 극단적인 사례입니다. 따라서 ‘누구나 감자 하나를 먹으려고 24시간 기다린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습니다.
음식보다 ‘그곳에 갔다’는 경험이 중요해졌다
이 현상을 단순히 음식의 맛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긴 줄이 생긴 매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경험이 함께 소비됩니다.
- 줄의 길이를 직접 확인하는 일
- 다른 손님과 대화하며 기다리는 일
- 창업자나 직원의 모습을 보는 일
- 음식을 받는 순간을 촬영하는 일
- 바이럴 장소를 방문했다는 사실을 온라인에 인증하는 일
Yo-Chi 매장에서는 DJ, 디스코볼, 게임, 줄 관리 인력 등을 배치해 대기시간 자체를 경험의 일부로 만들었습니다. 일부 고객은 이곳 방문을 단순한 간식 구매가 아니라 가족 외출이나 사교 활동으로 받아들였습니다.
프레스턴의 SpudBros 역시 감자만으로 주목받은 것은 아닙니다. 트램 형태의 판매 공간, 창업자 형제의 캐릭터, 팬들과 꾸준히 소통하는 온라인 운영이 함께 알려졌습니다. 이곳은 음식 판매점인 동시에 인플루언서형 브랜드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왜 줄이 길수록 더 많은 사람이 몰릴까
짧은 영상에서는 음식의 비주얼과 긴 줄이 한 화면에 담깁니다. 시청자는 음식을 먹어보지 않았더라도 ‘사람이 이렇게 많이 기다리는 곳이라면 특별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마케팅에서는 일종의 사회적 증거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줄의 길이가 음식의 객관적인 품질을 증명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암스테르담의 TikTok 음식 관광 관련 연구는 이용자가 온라인 콘텐츠를 본 뒤 현장을 방문하고, 줄을 선 다음, 다시 자신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순환 구조를 분석했습니다.
즉 흐름은 다음과 같이 이어집니다.
- 소셜미디어에서 음식점 영상을 본다.
- 긴 줄과 독특한 현장 분위기에 관심을 갖는다.
- 직접 방문해 대기하고 음식을 구매한다.
- 줄과 방문 경험을 다시 촬영해 공유한다.
- 새로운 이용자가 영상을 보고 찾아온다.
이 구조에서는 음식의 맛뿐 아니라 대기 경험과 인증 가능성이 방문 동기가 됩니다.
‘줄이 모두 조작됐다’는 주장도 사실과 달랐다
온라인에서는 긴 줄이 모두 매장 측의 연출이거나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결과라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특히 비싼 가격의 랩을 먹기 위해 기다리는 것이 우스꽝스럽다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공된 보도만으로 모든 줄이 조작됐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습니다. CZER와 SpudBros, August Bakery 등은 실제 고객 수요로 인해 판매량과 운영 부담이 커졌다고 설명했습니다. 바이럴 마케팅이 관심을 빠르게 끌어올린 것은 맞지만, 그 뒤에는 실제 방문객과 매장 운영 문제가 함께 존재했습니다.
반대로 줄이 길다는 이유만으로 음식이 반드시 훌륭하다고 결론 내리는 것도 무리입니다. 일부 고객과 취재자가 음식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는 사실과, 대기 행렬이 품질을 객관적으로 측정한다는 주장은 서로 다른 문제입니다.
사업자에게 바이럴은 기회이자 부담
바이럴은 광고비를 크게 들이지 않고 매장을 알릴 수 있는 강력한 수단입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수요 증가는 운영에 부담을 줍니다.
- 주문 처리 속도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수 있음
- 직원과 재고를 빠르게 늘려야 함
- 폭염이나 우천 시 고객 안전 문제가 생길 수 있음
- 보도와 도로 혼잡, 주변 상권 민원이 발생할 수 있음
- 고령자나 장애인의 접근성이 낮아질 수 있음
실제로 August Bakery는 더운 날씨에 대기 고객이 쓰러지는 사례와 접근성 문제를 우려했습니다. CZER가 가상 대기열을 도입한 것도 무작정 긴 줄을 유지하기보다 수요를 관리 가능한 방식으로 바꾸려는 대응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보도 내용을 바탕으로 한 해석입니다.
영국 외식업계가 인건비와 에너지비, 재료비, 세금 부담을 동시에 받고 있다는 점도 변수입니다. 바이럴로 손님이 몰려도 수익이 바로 안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유행이 빠르게 사라지면 늘어난 인력과 재고, 운영비가 오히려 부담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결국 사람들이 기다린 것은 감자만이 아니었다
이번 사례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음식이 평범하다는 점입니다. 재킷 포테이토나 냉동 요거트, 샐러드 랩은 세상에 없던 메뉴가 아닙니다. 차이를 만든 것은 음식에 더해진 장소의 개성, 창업자의 캐릭터, 온라인에서 반복되는 영상, 그리고 직접 방문했다는 인증이었습니다.
다만 ‘런던의 감자 24시간 줄’이라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런던에서는 Yo-Chi와 CZER 같은 매장이 긴 줄로 주목받았고, 감자 줄의 대표 사례는 프레스턴의 SpudBros였습니다. 또 24시간 대기는 일부 고객에 관한 사업자 측 주장이지, 모든 방문객의 일반적인 대기시간이 아닙니다.
결국 해외에서 유행한 줄 서기 콘텐츠는 음식점의 인기가 단순히 맛이나 가격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사람들은 음식을 먹는 동시에 ‘그 장소에 있었던 경험’을 구매하고, 그 경험을 다시 온라인에 공유합니다. 이제 일부 매장에서는 음식보다 줄과 현장이 먼저 콘텐츠가 되고, 음식은 그 콘텐츠를 완성하는 마지막 장면이 된 셈입니다.
출처 및 참고자료
이 글은 아래 공식 자료와 주요 보도를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 The Guardian — ‘People waited 24 hours for a potato!’: how viral queues help – and harm – restaurants
- The Independent — Why are people queueing for two hours just to get frozen Yo-Chi yoghurt?
- Infatuation London — Is It Even About The Fro-Yo?
- Berger Motorsport, citing SmartCompany — Yo-Chi Opens Alcohol-Free Pub in London
- UKHospitality — Quarterly members' survey: Q2 2026
- Journal of Tourism and Cultural Change / Tilburg University Research Portal — From TikTok feeds to food queues: social-media-induced food tourism and tourist behaviour in Amsterdam
- Tourism Recreation Research — TikTok queues in tourism
- University of Amsterdam — TikTok queues, one star reviews and lots of Rijksmuseum: how digital platforms are changing tourism in Amsterd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