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6.09.22 18:44 KST
이 글은 발행 시점에 확인 가능한 공개 자료를 기준으로 작성했습니다.
화면 속 생물은 마치 심해를 배경으로 한 공포 게임의 괴물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 오징어는 합성 이미지가 아니라 실제 심해 탐사 중 촬영된 빅핀오징어입니다.
이번 장면은 캘리포니아 중앙 해안에서 약 130km 떨어진 데이비드슨 해산 인근, 수심 약 3,277m에서 기록됐습니다. 다만 ‘세계 최초로 촬영된 빅핀오징어’는 아닙니다. 정확히는 북동태평양에서 살아 있는 빅핀오징어를 확인한 최초의 확정 관찰 사례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심해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나
몬터레이베이수족관연구소(MBARI)와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연구진은 2026년 8월 7일 심해 탐사 도중 이 오징어를 만났습니다. 촬영에는 사람이 직접 잠수한 것이 아니라, 연구선에 연결된 원격조종무인잠수정(ROV) Doc Ricketts가 사용됐습니다.
ROV 카메라에 포착된 개체는 해저 바로 위를 천천히 떠다니며 화면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두 개의 큰 지느러미를 물결처럼 움직였고, 몸 아래쪽으로는 팔과 촉수가 길게 늘어져 있었습니다. MBARI는 촬영 영상을 2026년 9월 2일 공개했습니다.
연구진이 레이저 측정 시스템을 활용해 추정한 이번 개체의 전체 길이는 약 1.25m입니다. 화면에서 보이는 가느다란 선들이 매우 길어 보이지만, 이것이 곧 몸길이가 수십 m에 달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사람들이 게임 속 괴물처럼 느낀 이유
빅핀오징어가 낯설게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몸통보다 훨씬 길게 뻗은 구조입니다. 이 오징어는 8개의 팔과 2개의 촉수를 아래로 늘어뜨리며, 끝부분에는 가느다란 필라멘트가 이어집니다.
영상 속 필라멘트는 여러 가닥으로 나뉘어 실처럼 보입니다. 일부 팔과 촉수는 약 90도로 꺾인 채 유지되는데, 연구진과 해외 매체는 이를 ‘팔꿈치 자세’라고 표현했습니다. 어두운 심해에서 오징어가 갑자기 나타난 뒤 이런 자세로 떠 있는 장면은 자연 다큐멘터리보다 SF 영화에 가까운 인상을 줍니다.
해외 심해·자연 커뮤니티에서는 ‘외계 생물 같다’, ‘게임 속 몬스터 같다’는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다만 온라인 게시물 중에는 이번 캘리포니아 영상과 과거 멕시코만 또는 다른 태평양 지역에서 촬영된 영상을 혼동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긴 촉수의 정체는 무엇일까
빅핀오징어의 이름은 긴 필라멘트가 아니라 두 개의 큰 지느러미에서 비롯됐습니다. 대중의 눈길을 끄는 긴 구조물은 팔과 촉수 끝에 연결된 가느다란 필라멘트입니다.
MBARI는 이 필라멘트가 몸통 길이의 최대 약 20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심해처럼 먹이가 드문 환경에서는 이 구조물을 넓게 펼쳐 주변을 지나는 작은 생물과 접촉하는 방식이 효율적일 수 있다는 가설이 제시돼 왔습니다.
하지만 빅핀오징어가 실제로 어떤 먹이를 어떻게 잡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촉수로 낚시한다’는 설명은 가능한 사냥 방식에 대한 과학적 추정이지, 직접 관찰을 통해 확정된 사실은 아닙니다.
알려진 이야기와 실제 사실은 달랐다
‘20m짜리 거대 오징어’는 아니다
필라멘트가 몸통 길이의 최대 약 20배까지 길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 온라인에서 ‘20m짜리 오징어’로 바뀌어 퍼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영상 속 개체의 추정 전체 길이는 약 1.25m입니다.
이번이 빅핀오징어 최초 촬영은 아니다
빅핀오징어는 1883년에 최초 채집 기록이 남아 있고, 1998년에 과학적으로 기술됐습니다. NOAA 역시 2021년 멕시코만 수심 2,385m에서 빅핀오징어를 촬영했습니다.
따라서 이번 관찰의 의미는 빅핀오징어라는 동물이 처음 발견됐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이미 알려진 희귀 생물을 북동태평양에서 살아 있는 상태로 확인했다는 지리적 의미가 더 정확합니다.
정확한 종명까지 확정된 것은 아니다
촬영 대상은 빅핀오징어속(Magnapinna sp.)으로 분류됩니다. 그러나 이번 영상만으로 정확한 종명까지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성체 표본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고, 지금까지의 연구도 손상된 어린 개체와 잠수정 영상에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왜 하필 데이비드슨 해산이었나
촬영 장소인 데이비드슨 해산은 단순히 오징어가 우연히 지나간 곳으로만 볼 수 없습니다. 해저산 주변에는 해류와 영양염이 모이기 때문에 산호, 해면, 문어 등 다양한 생물이 살아가는 생태적 요충지가 형성됩니다.
연구진은 원래 해저에 남은 고래의 먹이활동 흔적과 해산 주변 생태계를 조사하고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빅핀오징어가 ROV 카메라 앞에 나타난 것입니다.
이번 영상이 중요한 이유
빅핀오징어는 전 세계 심해에 분포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관찰과 채집 기록은 매우 적습니다. MBARI는 전 세계적으로 관찰되거나 과학적으로 채집된 사례가 약 70건에 불과하다고 설명합니다. 2026년 연구 논문은 개별 관찰 기록을 엄격하게 분류해 46건을 정리했습니다.
이처럼 기록이 드문 동물에게는 짧은 영상도 중요한 연구 자료가 됩니다. 연구자들은 이번 장면을 통해 빅핀오징어의 자연스러운 자세, 지느러미 움직임, 팔과 촉수의 배열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결국 이 오징어는 ‘미지의 심해 괴물’이 아니라, 이미 이름은 알려졌지만 실제 모습을 보기 극도로 어려웠던 생물입니다. 화면이 게임처럼 보였던 것은 과장이 아니라, 우리가 심해 생물을 거의 직접 본 적이 없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핵심 정리
- 촬영 대상은 빅핀오징어속(Magnapinna sp.)이다.
- 캘리포니아 중앙 해안에서 약 130km 떨어진 데이비드슨 해산 인근에서 촬영됐다.
- 수심은 약 3,277m였으며, ROV Doc Ricketts가 촬영했다.
- 개체의 추정 전체 길이는 약 1.25m다.
- 긴 구조물은 팔과 촉수 끝에 연결된 필라멘트다.
- 이번 사례는 세계 최초가 아니라 북동태평양에서 살아 있는 개체를 확인한 최초의 확정 관찰 사례다.
- 필라멘트를 이용한 먹이 포획은 과학적 가설이며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출처 및 참고자료
이 글은 아래 공식 자료와 주요 보도를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 Monterey Bay Aquarium Research Institute (MBARI) — MBARI researchers film chance encounter with a rare deep-sea bigfin squid
- Monterey Bay Aquarium Research Institute (MBARI) — Bigfin squid
- Live Science — Watch the first-ever footage of a rare deep-sea squid in the northeastern Pacific
- Smithsonian Magazine — Watch an Elusive and Ethereal Bigfin Squid Float Above the Seafloor Off Central California
- Marine Biology / Springer Nature — Global distribution and depth of the Bigfin squid Magnapinna spp.
- NOAA Ocean Exploration — Bigfin Squid
- Reddit r/thalassophobia — Rare footage of an extremely elusive bigfin squ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