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6.09.10 12:44 KST
이 글은 발행 시점에 확인 가능한 공개 자료를 기준으로 작성했습니다.
검은 화면 속에서 작은 몸통 하나가 천천히 떠오릅니다. 그런데 몸 아래로는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긴 실 모양 구조물이 늘어져 있습니다. 외계 생명체나 유령처럼 보이는 이 장면의 주인공은 실제 심해 생물인 빅핀 오징어입니다.
수심 3,277m에서 우연히 만난 오징어
몬터레이베이 아쿠아리움 연구소(MBARI)와 NOAA 협력 연구진은 2026년 8월 7일, 미국 캘리포니아 중부 해안에서 약 130km 떨어진 데이비드슨 해산 인근을 탐사하던 중 이 오징어를 촬영했습니다.
촬영에는 원격조종잠수정 ROV Doc Ricketts가 사용됐습니다. 관찰 수심은 약 3,277m로, 해저에서 약 2마일 아래에 해당합니다.
영상 속 개체는 큰 지느러미 두 개를 느리게 흔들며 해저 위에 떠 있었습니다. 연구진은 여덟 개의 팔과 두 개의 촉수, 그리고 각각에 이어진 긴 필라멘트를 확인했습니다. ROV의 레이저 측정 시스템으로 추정한 이번 개체의 전체 길이는 약 1.25m입니다.
이번 기록이 특별한 이유는 빅핀 오징어 자체가 처음 촬영됐기 때문이 아닙니다. 북동태평양에서 살아 있는 빅핀 오징어가 확인된 최초의 관찰 영상이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왜 몸보다 훨씬 크게 보였을까
빅핀 오징어의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몸 양옆의 큰 지느러미보다도 길게 늘어진 팔과 촉수입니다. 특히 팔과 촉수는 몸에서 곧장 아래로 뻗는 것이 아니라, 팔꿈치처럼 약 90도 꺾인 뒤 아래쪽으로 길게 이어집니다.
연구진이 설명한 이른바 ‘팔꿈치 자세’ 때문에 영상에서는 몸통과 필라멘트 사이의 거리가 더욱 크게 느껴집니다. 심해의 어두운 배경에는 크기를 비교할 수 있는 사람이나 잠수정 전체가 함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실제보다 거대한 생물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빅핀 오징어의 필라멘트는 몸통 길이의 최대 약 20배까지 보고된 바 있습니다. 다만 이는 이 종에서 알려진 일반적인 특징을 설명하는 수치입니다. 이번 영상 속 개체의 필라멘트가 정확히 20배였다는 뜻은 아닙니다.
해외에서 유령 같은 생물로 불린 이유
MBARI가 영상을 공개한 뒤 Live Science, ScienceAlert, Los Angeles Times 등 해외 매체가 잇따라 소개했습니다. 매체들은 검은 심해를 배경으로 천천히 부유하는 모습, 과도하게 길어 보이는 필라멘트, 몸과 팔이 꺾인 독특한 자세에 주목했습니다.
일반적인 오징어처럼 빠르게 헤엄치는 대신 공중에 매달린 듯 움직이는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짧은 영상이나 썸네일만 보더라도 생물의 형태가 단번에 이해되지 않아, ‘유령 같은 심해 생물’ 또는 ‘외계 생명체처럼 보이는 오징어’라는 반응이 나온 것입니다.
다만 공개 자료에서 정확한 조회수나 좋아요 수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전 세계적인 열풍이라고 수치로 단정하기보다는, 공식 연구기관의 원본 영상이라는 점을 바탕으로 해외 과학 매체와 심해 관련 커뮤니티에서 빠르게 확산됐다고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세계 최초 영상은 아니다
온라인에서는 이번 영상을 ‘빅핀 오징어의 세계 최초 영상’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정확하지 않습니다.
빅핀 오징어는 2001년 하와이 오아후 인근에서도 MBARI 연구진에 의해 관찰됐고, 여러 해역에서 관련 영상과 표본 기록이 축적돼 왔습니다. 2026년 발표된 분포 연구 역시 현장 관찰 기록과 산업용 ROV 영상, 온라인 영상 등을 함께 정리했습니다.
이번 영상의 정확한 의미는 빅핀 오징어가 처음 촬영됐다는 것이 아니라, 북동태평양에서 살아 있는 개체가 처음 확인됐다는 것입니다.
거대오징어나 대왕오징어와는 다르다
영상의 기묘한 모습 때문에 거대오징어나 대왕오징어의 새 영상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빅핀 오징어는 이들과 다른 분류군입니다. 학명은 Magnapinna 속이며, 이번 개체는 종까지 확정되지 않아 Magnapinna sp.로 표기됐습니다.
또한 빅핀 오징어는 알려진 최대 전체 길이가 약 6.4m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됐지만, 이것이 이번에 촬영된 개체의 크기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이번 영상 속 개체의 추정 길이는 약 1.25m였습니다.
전 세계에서 관찰되거나 과학적으로 수집된 기록도 약 70개체에 불과합니다. 성체가 온전한 상태로 채집된 사례는 아직 없으며, 연구자들은 주로 원격잠수정 영상으로 이 생물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긴 촉수는 어떻게 쓰일까
빅핀 오징어의 먹이와 정확한 사냥 방식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연구진은 다른 심해 오징어의 행동을 참고해, 길게 펼친 팔과 촉수가 먹이를 수동적으로 포착하는 ‘그물’처럼 작동할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심해에서는 빠르게 움직이는 것보다 에너지를 적게 쓰면서 넓은 범위를 탐색하는 방식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긴 필라멘트를 넓게 늘어뜨린 채 기다리는 행동이라면, 빅핀 오징어의 독특한 자세도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영상만으로 먹이를 잡는 장면이 확인된 것은 아닙니다. ‘촉수로 사냥하는 모습’이라는 설명은 연구진이 제시한 가능성이지, 확정된 사실은 아닙니다.
영상 속 오해를 정리하면
- 이번 영상은 세계 최초의 빅핀 오징어 영상이 아니라, 북동태평양 최초 확인 영상입니다.
- 영상 속 개체가 21피트, 즉 약 6.4m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닙니다. 약 6.4m는 보고된 최대 전체 길이이며, 이번 개체는 약 1.25m로 추정됐습니다.
- 몸통보다 최대 20배 긴 필라멘트는 종의 일반적 특징을 나타내는 수치입니다. 이번 개체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 빅핀 오징어는 거대오징어나 대왕오징어가 아닙니다.
- 해저를 걷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 보행했다는 사실이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 이번 영상은 MBARI의 ROV가 촬영한 연구 기록 영상입니다. 다만 출처가 제거된 재편집 클립은 별도로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핵심 정리
이번 장면의 주인공은 심해 괴생명체가 아니라 희귀한 빅핀 오징어입니다. 수심 3,277m에서 촬영된 이 오징어는 큰 지느러미로 천천히 이동하며, 팔과 촉수에 이어진 긴 필라멘트를 아래로 늘어뜨리고 있었습니다.
기묘한 모습 때문에 해외에서 강한 관심을 받았지만, 중요한 사실은 자극적인 ‘세계 최초’가 아닙니다. 지금까지 관찰 기회가 매우 적었던 생물이 북동태평양에서 처음 확인됐고, 그 모습을 공식 연구 영상으로 볼 수 있게 됐다는 점입니다.
출처 및 참고자료
이 글은 아래 공식 자료와 주요 보도를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 Monterey Bay Aquarium Research Institute (MBARI) — MBARI researchers film chance encounter with a rare deep-sea bigfin squid
- Monterey Bay Aquarium Research Institute (MBARI) — Bigfin squid
- MBARI 공식 YouTube — MBARI researchers film chance encounter with a rare deep-sea bigfin squid
- Live Science — Watch the first-ever footage of a rare deep-sea squid in the northeastern Pacific
- ScienceAlert — Haunting Encounter With Rare Bigfin Squid Caught 2 Miles Under The Waves
- Los Angeles Times — 'I was just mesmerized.' Researchers capture first northeast Pacific sighting of spooky squid
- Marine Biology, Springer Nature — Global distribution and depth of the Bigfin squid Magnapinna spp
- Surfer — Rare ‘Alien’ Bigfin Squid Filmed 2 Miles Deep Off Californi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