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식재료로 다채로운 음식문화 꽃 피운 광양음식
광양의 담백한 음식 맛은 미래를 향한 열린 맛
1956년 2월, 해공 신익희 선생은 광양을 방문했다. 그리고는 ‘광양예찬’ 이란 한시를 남겼다. 말로만 들었던 광양이 정말 살기 좋은 고장임을 실감했노라고 토로했다.
‘… 예로부터 광양은 고기와 소금과 나무가 많고 물이 맑아 살기 좋은 고을로 이름이 났는데 내가 직접 와보니 전해오는 말이 헛소문이 아님을 깨달았네. 좋구나! 광양이여!’
특색 있는 로컬 재료로 빚어낸 광양음식의 다채로움
북반구 중위도 온대 기후대에 위치, 온화한 햇볕의 고장
해공의 말은 단순한 덕담이 아니다. 객관적 자료에 의하면 광양지방은 사람이 살기에 알맞은 자연 조건을 두루 갖춘 고장이다.
광양시는 북반구 중위도에 속한다. 독일의 저명한 기상학자인 괴펜의 구분에 따르면 이 지대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매우 적합한 온대 기후대이다. 대부분의 선진국이 같은 위도상에 자리하고 세계 문화와 산업의 중추적인 구실을 하는 지대다.
광양시는 한반도 남단의 중앙부에 자리 잡고 있다. 유라시아 대하의 큰 땅과 태평양의 넓은 바다가 서로 만나 접점을 이루는 지역이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전라남도의 동남단에 위치하면서 경상남도 하동과 인접해 있다. 뒤로는 백운산 (1,222 m), 앞으로는 남해를 바라보는 배산임해의 지형을 이루고 있다. 북쪽의 찬 기운을 백운산이 막아주고 남쪽의 따뜻한 햇볕을 오롯이 받아들이는 지형이다. 여기에 쿠로시오 난류가 남해안으로 밀려와 겨울에도 온화한 날씨를 유지한다.
좋은 날씨와 다양한 지형의 혜택으로 다채로운 식재료 풍부
중위도 온대 기후대의 온화한 날씨가 백운산, 섬진강, 광양만을 만났다. 자연스럽게 동식물의 다양한 생육조건을 갖춘 곳이 광양이다. 광이 빛이면 양은 볕이다. 광양은 빛과 볕의 고장이다. 광양만과 백운산에 떠오르는 태양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고장이다. 음식 맛의 시작은 장맛이고 좋은 장은 좋은 물과 함께 볕이 좋아야 한다. 백운산 자락 옥수로 만들어 깨끗한 볕을 받아 익은 광양의 장은 그대로 광양 음식에 반영되었다.
백운산은 4개의 능선이 4개의 계곡(성불, 동곡, 어치, 금천)을 형성한다. 이 능선과 계곡 사이에 곡저평야 지대가 발달했다. 산록과 능선에는 밤, 매실, 고사리, 작설차 등 풍부한 임산물이 나오고, 평야지대에는 질 좋은 쌀과 여러 가지 곡식이 나온다. 섬진강과 남해 바다가 만나는 기수역(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곳) 에서는 재첩과 전어, 장어, 백합 등 여러 가지 어패류가 나온다.
광양을 일킬어 앞문을 열면 숭어가 뛰고 뒷문을 열면 노루가 뛴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광양의 다면적 자연풍광과 그 자연 속에서 나오는 식재료의 풍부함과 다양함을 함축한 말이다.
오래 전부터 틀 잡힌 로컬 푸드의 고장
광양음식의 특성은 요즘 전 세계적 운동으로 번지고 있는 로컬 푸드 운동과도 일치한다. 그 지역에서 생산한 식재료를 먹고 사는 것이 건강과 지역경제 등 여러 가지로 이로운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장점들 때문에 시민단체나 관련 매체에서 로컬 푸드를 권장한다. 광양 지역의 밥상은 이미 오래 전부터 로컬 푸드로 차려졌다. 광양 사람들은 굳이 외지에서 식재료를 들여다가 먹을 필요가 없었다. 웬만한 것은 모두 주변에서 구할 수 있었다.
모내기 철이 되면 전국 어디서나 일꾼들이 먹을 못밥을 걸게 차렸다. 집집마다 형편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정성껏 상차림을 했다. 그야말로 갖가지 식재료가 모두 동원되었다. 다른 지방 농촌에서는 평소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타지의 재료들을 특별히 장을 봐서 음식을 만들었다. 그러나 광양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광양 못밥 상차림을 보자. 찰밥, 잡곡밥, 바지락 감자미역국, 콩나물설치, 미나리나물, 갈치떼기 조림, 고구마대 김치, 잔조기구이, 고사리나물, 토란대 나물, 취나물, 가지나물, 꼬막장, 꽃게탕, 오징어미나리회, 머위대 나물, 갓김치로 차렸다. 오징어를 빼면 거의 99 % 광양산 식재료다.
여러 가지 식재료가 동원된 것은 다른 지방과 다를 바 없지만 광양 지역 안에서 거두고 잡은 것들이다. 못밥 뿐 아니라, 평소 밥상에 올리는 음식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광양사람들은 생활 속에서 로컬 푸드를 상식해 왔다. 바로 여기에 광양음식의 우수성과 보존가치가 있다.
소통과 융합의 위치와 구실, 광양 음식에도 그대로 투영
광양은 문화적으로 바다와 대륙이 만나고, 섬진강을 경계로 영남과 호남을 연결해주는 육교적 위치에 있다. 이런 지리적 위치에 따라 광양은 성격이 서로 다른 두 문화가 대립이 아닌, 융합하고 소통 하는 마당 구실을 하였다. 그래서 서부 호남의 화려한 상차림보다는 소박하고, 인접한 영남지방보다는 비교적 다채로운 음식을 보여준다.
맛에 있어서도 서부 호남의 맛에 비해 자극적이거나 이른바 간이 세지 않다. 남녀노소 누구나 어느 지방 어느 사람이 먹어도 무난한 맛을 낸다. 이 맛이야 말로 오랜 세월 소통과 용합의 땅이었던 광양 맛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맛은 열린 맛이고 가능성의 맛이다. 미래를 향해 또 다른 음식문화와 결합해 얼마든지 발전해 나갈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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