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 재첩

‘갱조개’로 불리는 광양 재첩, 응용력 뛰어난 우수 식재료
재첩은 바닷물과 강물이 만나는 기수역에서 자란다. 광양에는 섬진강, 수어천, 광양동천 등 크고 작은 하천이 남해안으로 흐른다. 이처럼 다른 지방에 비해 기수역이 발달한 광양은 예로부터 재첩의 고장으로 유명하다. 재첩은 펄이 섞인 모래 속에서 자란다. 백운산의 유기질이 풍부한 펄 흙이 흘러내려 남해안의 모래와 만나 가장 이상적인 기수역을 이룬다. 여기에서 채취한 광양 재첩은 수량도 많을 뿐 아니라 그 맛과 품질이 단연 뛰어나다.

광양 재첩의 독특한 맛과 전통

광양 재첩

해독작용을 촉진하는 타우린이 풍부

재첩은 알콜 해독작용과 간장을 튼튼하게 해주는 건강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예전에는 단순하게 속풀이 해장국 정도로만 여겼다. 재첩국은 감칠맛이 다시마나 멸치보다 뛰어난 우수 식재료다. 또한 재첩에는 해독작용을 촉진하는 타우린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간 기능 개선과 위장에 좋아 예전부터 해장국으로 최고의 지위를 누려왔다. 재첩국에 부추를 곁들이면 비타민 A를 보충할 수 있다. 여러 채소와 버무린 재첩회는 비빔밥이나 술안주용으로 최고의 음식이다. 무침이나 찜, 전, 죽, 면, 밥 등 여러 가지 요리형태에 다양하게 활용이 가능하다. 응용하기에 따라 무한하게 새로운 메뉴 개발을 가능하게 해준다.
광양에서는 강에서 나는 조개라는 의미에서 ‘갱조개’나 ‘갱주개’라고도 불렀다. 광양시내 재첩 전문 식당에서 재첩국, 재첩회, 재첩 비빔밥 등의 메뉴를 즐길 수 있다. 재첩 마니아를 위해 재첩국과 진액을 인터넷과 택배로 전국에 파는 업소도 생겼다.

평생 재첩과 살아온 진월면 박춘자 씨

광양시와 하동군은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경계를 나누어 재첩을 채취하고 있다.
진월면 진정리 선포마을의 박춘자 씨는 평생을 재첩과 함께 살았다. 바로 이웃 마을인 진월면 진정리 중산마을에서 집안 어른들이 짝을 채워줘 어린 나이에 지금의 선포마을로 시집을 왔다.
어렸을 적에 학교에 다녀오면 박씨는 집 앞 수어천에 가서 재첩을 잡아오는 것이 주요 일과였다. 재첩을 잡아 국을 끓이고 여기에 수제비를 떼어 넣어 이를 자주 끼니삼아 먹었다고 한다.
초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다른 친구들이 중학교에 진학할 때, 박씨는 가방대신’거랭이’를 가지고 수어천으로 나갔다. 거랭이(‘거렁이’ 또는 ‘갱조개 거렁이’라고도 부른다)는 간 막대 끝에 부챗살 형태의 긁개가 달린 도구다. 강 바닥에 깊이 박아 두었다가 훑어서 재첩을 채취한다. 초등학교 시절에 잡았던 재첩은 식구들이 양식으로 쓸 자급자족형 재첩이었다면 초등학교 졸업 이후의 재첩 잡이는 박씨의 평생 생업이 되었다.
박씨는 매년 4월부터 11월까지 재첩을 잡는다. 박씨에 따르면 비 온 뒤 흙탕물일 때 잡으면 맛이 없다고 한다. 평상시에도 바닷물이 한 번 들어왔다 나간 뒤 잡는 재첩이 더 맛이 좋다고 한다. 염도에 따라 재첩 맛이 다르다는 얘기다. 그래서 비가 온 뒤 며칠 동안 강물이 정갈해질 때까지는 재첩을 잡지 않는다.
이 때문에 재첩을 잡는 사람들은 평소 일기예보에 귀를 기울인다. 만일 태풍이나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으면 미리 필요한 물랑을 확보해야 하므로 밤중에도 재첩을 잡았다. 달이 밝은 밤에는 생각보다 달빛에 반사된 물 속이 훤하게 잘 보인다고 한다. 하루에 한 사람이 채취하는 재첩의 양은 보통 2말 정도다.
철제 발이 촘촘하게 박힌 거랭이는 보기보다 훨씬 무거웠다. 무게가 대략 수십kg 정도 되지 않나 싶다. 젊은 장정이 들기에도 버거웠다. 이렇게 무거운 도구를 물속에 들고 들어가 강바닥을 긁는 일은 고된 노동이었다. 일단 강에 들어가면 힘들어도 앉아서 쉴 수가 없다. 웬만한 생리적 욕구도 참아야 한다. 몸에 자연 무리가 간다. 평생 재첩을 잡아온 박씨도 아픈 허리와 무릎을 훈장처럼 지니고 살아간다.

이게 광양 재첩! 갱조개 채취에서 가공까지

광양 재첩

편안하게 밥상을 받아 음식을 먹는 사람은 그 음식에 들어간 생산자와 조리자의 노고와 정성을 알기 힘들다. 국으로 전으로 회무침으로 맛나게 먹는 광양재첩이 어떤 경로로 밥상에 오르는지 살펴 보았다. 재첩 채취와 재첩을 삶아 알갱이로 만드는 과정을 진월면 박춘자 씨를 통해 알아본다.
1. 마을 앞 수어천 포구로 무거운 거랭이와 함지박 소쿠리 등의 도구들을 가지고 이동한다.
2. 배를 타고 채취하고자 하는 위치까지 이동한다.
3. 거랭이로 강바닥을 긁으면서 재첩을 잡는다.
4. 잡은 재첩은 함지박에 담는다. 다 잡으면 소쿠리에 넣고 흔들어 강물에 행군다.
5. 가공장으로 가져온 재첩을 큰 통에 넣고 각종 이물질과 흙을 씻어내기 위해 전동 철솔로 문지른다.
6. 깨끗한 물로 몇 번씩 헹구어낸다.
7. 잘 씻은 재첩을 물에 넣고 익을 때까지 삶는다. 충분히 익혀야 세척과정에서 알맹이가 원형을 유지한다.
8. 푹푹 끓기 시작하면 재첩 껍데기가 벌어지면서 알맹이가 분리된다. 이때 껍데기만 조심스럽게 뜰채로 건져낸다
9. 껍데기와 알맹이를 분리시키기 위해 나무 주걱으로 저어준다.(7과 8의 과정을 여러 차례 반복한다)
10. 어느 정도 껍데기를 건져냈으면 체를 받쳐 미분리 재첩을 걸러내고 재첩 국물을 양동이에 받는다.
11. 마지막 남은 미분리 재첩은 따로 바구니에 담아 물에 넣고 흔들어서 껍데기를 마저 분리시킨다.
12. 분리가 끝난 재첩은 깨끗해질 때까지 여러 번 세척을 하여 껍데기 조각이나 모래 등 이물질을 완벽하게 제거 한다.
13. 재첩알과 국물을 넣은 팩을 냉동시킨 후, 전, 회무침, 국 등의 재료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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